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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불안장애

사회불안장애 인지행동치료 5회차

 

매주 인지행동치료가 있는 날. 오전까지 심리 척도지를 체크해서 온라인으로 미리 제출한다. 

심리 척도지에는 사회불안, 우울에 관련한 항목들이 있다. 

그래서 집단치료를 받기전에 상담 선생님들께서 나의 상태를 파악하신다.

 

이번 회차의 좋은 소식. 우리 기수의 멤버들 모두가 사회불안 수치가 떨어졌다. 

 

나는 현재 백수다보니 회사생활에서 느꼈던 불안이 떨어졌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전반적인 사회불안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그동안 자기초점주의 (떨리는 증상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것. ex 얼굴 빨개짐, 목소리 떨림, 손떨림 등) 가 심해서 불안한 상황들이 많았고 피해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에 비해 불안한 상황이 줄어들었다.

 

나는 떨지 않을게 된걸까? 아니다.

아직도 쑥스러움이 많고 창피하고 긴장하면 떨린다. 

내가 인지행동치료를 받으면서 변한 것은. 떨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떨어도 괜찮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완벽주의 

흑백논리 

파국적 예상 (최악을 예상하는것)

지레짐작

부적응적 사고

 

로 인해 떨면 바보가 되고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들이 유연해진 것이다. 

또 내가 실제 떨림을 느낀 것보다 덜 떨어 보인다는 점도 발표 영상으로 확인하면서 몸소 알게 되었다. 

 

그동안은 아무리 누군가가 '좀 떨어도 어때. 괜찮아.' 라는 말이 전혀 와 닿지가 않았다.

그냥 날 위로하는 말 같았고, 실제로 떠는 모습에 대해 정확하게 피드백을 받아본 적도 별로 없었다. 

나 혼자 지레짐작하면서 움츠러들었다. 

나의 생각들을 올바른 사고로 교정받으면서 마음이 편해졌고, 소극적이었던 태도가 적극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이런 요청을 하면 상대가 싫어하겠지? 이런 질문을 하면 날 바보라고 생각할 거야. 민망해지면 얼굴이 빨개지겠지.'

라는 생각들은 이제

 

'정말 싫으면 그 사람이 거절하겠지. 얼굴이 빨개지고 떤다고 해서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야. 민망한 건 이상한 게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면서 불안이 많이 사라졌다.

앞으로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더 편해지는 것들이 많아지길 바라고 있다.

 

 

 

 

서론이 길었는데 본론으로 넘어가서, 이번 5회차 치료에서도 3분 스피치를 했다. 

 

단, '홍조' '떨림' 들을 극대화시켜서 발표하기 + 안전행동 안 하기 (떨리는 행동을 회피하기 위한 행동 ex. 작은 목소리, 꽉 잡은 손 등)

 

발표하기 직전 달리기를 해서 호흡불안, 홍조 등을 극대화시켰다. 선생님의 요청은 '최대한 떨어보려고 노력하라'였다. '불안을 회피하지 말고 다 드러내라' 이거다.

 

밖에서 전속력으로 2-3분 정도 달린 후, 다시 상담실로 들어와 주제를 듣고 3분 스피치를 시작했다.

 

목소리 떨림의 안전행동인 작은 목소리를 안 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원래 목소리가 작은 편이어서 큰 소리를 내면 떨림이 생긴다. 달리기로 인해 호흡도 불안정하지 목소리 떨림은 더 크게 들리지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런 모습들을 다 드러내니 많이 부끄러웠다. 충분히 떨 수 있는 만큼 떤 것 같다. 

 

팀원들의 피드백을 받을 시간. 내가 느낀 불안정도는 70.

팀원들이 느낀 나의 불안정도는 이것보다는 낮았다. 물론 불안해 보이고 떨려하는 모습을 좋게 보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혐오적인 평가는 없었다.

또 영상을 통해 나의 모습을 모니터링했다. (처음에는 내 발표 영상을 보는 것도 불편했는데 이제는 자연스럽다 ㅋㅋㅋ) 떨림이 있긴 했지만 내가 실제로 느꼈던 불안보다는 안정적 이어 보였다.

떨림이 있다 하더라도 주제에 초점 해서 이야기하면 그 떨림이 불안까지는 가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처음에는 나의 발표에서만 많이 배우는 것 같았는데, 팀원들의 발표를 통해서도 많이 배워간다.

실제로는 크게 불안해 보이지 않은데, 본인 스스로 떨림이 크게 느껴져서 엄청 불안했다고 한다.

'자기초점주의' 때문에 각자가 느끼는 불안 포인트도 다르다. 내가 봤을 때는 어색한 표정을 잘 모르겠는데 본인은 어색한 표정에 집중이 되어서 그것을 크게 느낀다.

 

나의 경우는 홍조였다. 조금만 빨개져도 들킨 것 같아서 더 부끄러웠다. 하지만 피드백을 받은 결과 사람들은 나의 미미한 홍조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떨림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많이 낮아졌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나를 지켜내는 건강한 사고를 하는 게 어렵다.

그동안 사회불안으로 인해 경험을 최소화해왔고, 실수하고 난감한 상황도 많이 이겨내 보지 못했다. 

당황하게 되면 불안에 떨고 뇌정지가 온다...;;; 좌절한다. 

부족한 나의 모습을 혐오하지 않는 것이 익숙치 않다.

 

불완전한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을 많이 연습해야 겠다. 

선생님께서는 이런 사고가 어려운건 당연하다고 했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가 되려면 어려운것 처럼.. 

 

속도보다는 방향성! 조급하게 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