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이어 쓰는 사회불안장애 인지행동치료.
기록용으로 남기고 있는 건데.
간혹씩 들어올때마다 방문한 사람들이 있는 거 같아서.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못했던 마무리를 짓기로 했다.
치료 회차 정리
1회차 오리엔테이션
- 사회 공포증에 대한 설명 및 나의 사회 공포증에 관련된 핵심 신념, 부정적인 자기상, 증상 등에 대해 기록해보는 시간
2회차 이미지 재구성
- 사회불안의 계기가 되었던 순간을 회상하며 성인이 된 나와 그 시절의 나와 마주해보기. (일종의 치유?)
3~7회차 발표
- 발표를 해보고 내가 지레 겁먹고 있는 불안과 추측을 실제 모습과 비교해보기, 과제에 집중함으로써 불안 낮추는 훈련 등.
8회차 이미지 재구성 2
- 2회차와 동일. 다시 한번 사회불안의 계기가 되었던 순간을 회상하며 치유하기
9~11회차 판단편향 깨기
- 판단편향 : 굳어진 나의 편향된 생각. 이것이 사회불안 재발과 제일 연관된 부분.
- 직접 실생활에 나가 행동을 해봄으로써 사람들의 실제 반응, 생각 들어보기.
9회차 판단편향 깨기.
이맘때쯤 됐을 때 들었던 생각이 있었다.
'여기서는 치료가 효과가 있다 해도 사회로 돌아갔을 때 다시 본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아닐까?'
그래서 이번 회차처럼 직접 사회에 나가보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많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항상 센터에서 어느 정도 통제를 해오던 상황 속에서만 있다가
완전한 실생활 속 상황으로 나간다니 역시 긴장이 되었다.
+ 어떤 미션을 받을지 궁금함
개개인마다 주어진 미션은 달랐다.
각자 취약한 부분에 맞춰 선생님께서 수행할 미션을 주신다.
나의 취약한 부분
1. 평가받기 두려움
2. 거절당할까 봐 두려움
나의 취약한 부분을 제대로 격파시키고자
선생님께서 주신 미션은
"카페에 가서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자기소개 1분(촬영 부탁)+ 나의 긴장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받기"
오. 마. 이. 갓.
내 인생에 이런 시련이 또 있을까?
아는 사람들 앞에서도 30초 스피치 하기 힘든 나에게 1분 스피치???
그것도 갑자기 준비도 안되어있는 상황에..
나를 소개할 말이 1분이나 필요 없는데 말이다..
총 6명에게 미션을 수행하라고 하셨다.
미션 듣자마자 너무 놀라서 얼굴 새빨개짐. 나 죽으라는 미션.
(혹시나 이 글을 보고 행동치료를 받지 말아야겠다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길... 나름? 훗날 좋은 경험이 됩니다..)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 싶어 정해진 카페로 갔는데 너무 최악이게도 카페에 사람들로 꽉 찼고 고요했다.
(+ 19년도 말 일입니다.. 코로나 터지기 전)
(나 모테모테ㅠㅠ)
혼자 공부하는 사람들이 뭔가 잘 들어줄 거 같아서 다가가서 말을 걸었으나..
도를 아십니까 취급을 당하며 대꾸도 안 하더라ㅠㅠ
(도를 아십니까 사람들 적어도 사회불안은 없을 듯)
이 와중에
미션 조건 - 거절당했다고 다른 곳 가면 안되고 바로 옆 테이블로 가야 함.
그래서 쪽팔리지만 옆 테이블 중에서도 대화하는 2인에게 갔다.
확실히 무리들이 관대하였다.
"면접 자기소개 연습 중인데 촬영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불쌍했는지 받아주었고
되게 진부한 자기소개 (성실하다는 둥, 책임감이 강하다든지..)
1분을 채우진 못했고 대략 30초가량으로 스피치를 했다.
도저히 할 말이 없더라..
스피치를 시작하자 누군가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숨길수가 없었는지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ㅎㅎ
(진지하게 봐주는 사람 반, 이 상황이 황당한지 숨길 수 없는 웃음을 꾹 참는 사람 반)
"제가 떨려 보였나요?"
라는 질문에 모든 사람들이 그랬다고 얘기했고 이런 행동치료인지 알턱이 없으니 면접 조언을 해주었다.
상대방을 붙자고 오래 얘기하기도 미안했고 (다들 오래 얘기하고 싶어하질 않았음)
너무 쪽팔려서 내 떨림 정도의 평가를 제대로 묻지 못하고 마무리 짓고 나왔다.
새 평가자를 찾으러 갈 때마다 식은땀이 어찌나 나던지..
12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더워서 온 몸이 땀벅벅이 되었다.
6번의 미션이 끝나고 성취감은 있었으나 너무 창피해서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센터로 돌아갔다.
선생님께 미션에 대해 이야기했고
선생님께서는 평가자들에게 떨림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묻지 못했다는 점을 너무 아쉬워하셨다.
사실 그게 제일 중요한 거고 그걸 듣기 위해 한 미션이긴 했는데.
내가 객관적으로 어떻게 보이는지 듣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편향된 생각을 깨기 위한 미션이었으니.
하지만 너무 긴장하니 그것에 대한 인지를 못하겠더라.
아쉬움이 남은 미션이었지만..
난 그들의 떨려 보인다는 평가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기로 했다.
이 미션은 누구였어도 어려운 미션 었을 거다.
발표에 능한 사람이 아니라면 떨리는 게 당연한 거고
내가 이런 미션을 했다는 것에 스스로 크게 감동을 받았다.
갇혀있던 기분에서 해방이 된 기분이 들었다.
사회불안 때문에 하고 싶었던 것을 하지 못했던 그동안의 기분은 마치 정신에 갇혀있는 기분이었으니까.
그 답답했던 창 하나가 깨진 기분.
다시 또 불안감을 느끼겠지만 일단 그날의 기분은 그랬다.
1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이 경험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그때는 너무 싫었지만)
내가 살면서 언제 모르는 사람들에게 시답잖은 자기소개를 해보겠는가..
한 번의 경험으로 크게 달라진다던지.
발표의 두려움을 극복했다던지
그렇진 않다.
다만 떨림은 나중 문제고 내가 수행할 미션에 집중하자라는 것을 배웠다.
또, 떨림에 대한 초점은 나만의 집착 이었음을.
'사회불안장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인을 위한 이타 (0) | 2021.09.27 |
---|---|
사회불안장애 인지행동치료 1년 지난 후기 (면접, 새로운 시작) (13) | 2021.04.06 |
사회불안장애 인지행동치료 8회차 후기 (0) | 2020.03.28 |
사회불안장애 인지행동치료 7회차 (0) | 2020.02.22 |
사회불안장애 인지행동치료 6회차 (0) | 2020.02.12 |